
고등학생 자녀의 공개수업, 가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며칠 전 고등학교에서 공개수업 안내문을 받았습니다.
매년 있는 일정이지만, 이번에는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유독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아이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엄마, 제발 학교 오지 마. 고등학생이 애도 아니고 그런 거 부담스러워."
그 말에 왠지 모르게 서운함도 느꼈고,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도 됐습니다.
이제 아이는 자기만의 생활이 있고, 사춘기 특유의 민감함도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걸음 물러나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공개수업은 단지 ‘아이를 보기 위한 시간’일 뿐일까?
관행처럼 이어져 온 행사라면 어차피 할 거 좀더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는 없을까?
자녀 입장에서 본 공개수업
초등때와 달리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이 부모의 공개수업 참관을 꺼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친구들 앞에서 부모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창피할 수도 있고, ‘엄마가 내 성적이 걱정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고등학교 수업은 초중등과 달리 활동 중심이 아니라 입시 위주의 이론 수업이 대부분이라,
특별히 보여줄만한 장면이 많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이 ‘어차피 특별한 장면도 없고, 아이도 싫다 하니 그냥 가지 말자’고 결정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공개수업’은 아이만을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공개수업은 사실 ‘학생’만이 아니라 ‘교사’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요즘 우리 교육 현장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 공개수업은 단순히 참관의 의미를 넘어서,
교사의 전문성과 수업 역량 강화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공개수업, 왜 신임 교사에게만 맡겨질까요?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 공개수업은
신임 교사나 비교적 경력이 적은 교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사실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데, 이유는 이렇습니다.
“선생님들 중에서 누가 공개수업 할 건가요?”라는 말이 나오면,
으레 새로 오신 젊은 선생님이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 선생님들은 경험을 쌓게 한다는 명분하에 신임선생님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알게 모르게 관행처럼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학부모가 지켜보는 앞이라 수업을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고등학생을 데리고 하는 수업이라
통제가 어려운 수업 시간을 공개한다는 자체가 큰 스트레스이다보니,
조직 내의 위계와 분위기 속에서 자발적인 공개가 아닌 경력에 의한 떠넘기기로
신임교사들의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공개수업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하지만 이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 걸까요?
공개수업, 모든 교사의 역량 강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공개수업이 특정 교사에게만 반복된다면, 교육의 질은 편차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공개수업이 특정 교사에게 부담이 되는 행사가 아닌,
모든 교사에게 열려 있는 성장의 기회가 된다면 학교 전체의 수업 역량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어떤 교사는 어떻게 학습자 중심의 수업을 실현하는지,
어떤 교사는 학생과의 눈맞춤과 질문을 어떻게 유도하는지를 서로 보고 배우는 기회가 되는 것이지요.
공개수업이 의무화되거나, 일정 기준 하에 정기적인 수업 공개 문화가 형성된다면,
교사 간의 실질적인 피드백과 수업 전문성 강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공개수업이 학교의 업무 일정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더 나아가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학부모에게도 단순히 수업을 구경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아이가 배우는 환경이 어떤지,
어떤 가치로 수업이 이뤄지는지에 대한 신뢰를 쌓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어쩌면 지금 우리 공교육을 조금더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떤 시선으로 수업을 바라봐야 할까요?
만약 공개수업에 참석하게 된다면, 저는 더 이상 ‘우리 아이만’ 보지 않으려 합니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보려 합니다.
이 수업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가?
선생님이 노력한 흔적은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가?
아이와 교사, 학생들 사이의 수업 상호작용은 어떤 분위기인가?
이런 점들을 눈여겨보는 것이, 단지 내 아이의 표정만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겠지요.
공개수업, 함께 성장하는 학교 문화의 시작
고등학교 공개수업을 단지 ‘보여주기 위한 시간’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함께 교육의 중심에서 소통하는 시간입니다.
학생은 자신이 어떤 공간에서 배우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고,
교사는 수업을 점검하며 성장의 계기를 만들 수 있으며,
학부모는 교육을 신뢰하고 학교를 이해하게 됩니다.
비록 우리 아이는 "오지 마"라고 했지만, 저는 조용히,
그러나 진심을 담아 학교를 다녀오려 합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 아이뿐 아니라, 우리 학교와 교사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도 함께 바라보려 합니다.
공개수업이 단지 형식이 아니라, 교육 현장을 살리는 문이 되길,
그리고 그 문을 여는 첫 걸음이 바로 우리 학부모의 ‘따뜻한 관심’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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